퇴사를 앞두고 기분 전환도 할 겸,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친구같은 언니에게 초대를 받아 서울에 갔다.(친언니와도 함께 친한 사이라 같이 만났다!) 신나게 출발은 했지만, 생각보다 재취업 문제가 빠르게 해결되지 않을 전망에(물론 이건 100% 내 조급함이 문제다.) KTX에서는 내내 마음이 싱숭생숭했던 것 같다.
서울역의 산리오 마켓에서 할로윈 한정판으로 보이는 키티를 샀다. 초대해준 언니에게 감사의 의미로 전달했다. 다이소에서 짱구 쇼핑백을 사서 같이 전달했는데, 귀여웠지만! 사진을 깜빡했다. 아무튼 언니가 엄청 좋아했기 때문에 만족.
대성식당
만나자 마자 바로 대성식당을 간 것은 아니고, 새벽까지 수다 떨고 늦잠 잤다가 늦은 아침 겸 점심으로 먹으러 갔다. 식당 위치는 지하철 1호선 종로3가역 12번 출구로 나와 조금 걸으면 되는데, 무거운 캐리어가 있어서 12번 출구 근처의 물품 보관함을 이용했다. 여행자에겐 꿀팁인 것 같아서 사진을 찍었다!
비용은 4시간에 3300원이었다. 사이즈마다 달랐던가? 그건 기억이 안 나는데, 아무튼 저기 9번은 꽉 차서 불안한 마음으로 4번을 열어봤더니 보기보다 깊이가 있어서 비지니스용 캐리어 정도는 눕혀서 넉넉하게 들어갔다.
언니도 직접 가보는건 처음이라고 해서, 열심히 네이버 길찾기 해서 갔는데 금방 찾았다. 입구까지 간판이 한 서너개는 되는 것 같았다.
간판을 찍으려는 와중에 친언니의 엄브로 가방이 너무 예뻐서 업로드해봤다...
낙곱새! 일본어로도 함께 적혀있다. 인기 많은 집이라는게 뿜뿜 느껴지는 바이브. 근데 사실 스팸구이 1.0은 초큼 충격적인 가격이었다. 물론,, 물가가 올랐으니 단가 문제는 인정함,, 그리고 어디서 들은건데, 런천미트를 쓰면서 스팸구이라고 쓰는 것도 고소 당한 사례가 있다고 해서, 이렇게 대놓고 적어둔 곳은 찐 스팸일 거라는 인식이 있다.
메뉴판이 빛에 반사되어서 잘 안 보이는데, 대표적으로 2인 세트: 27,000원, 3인 세트: 42,000원이 있다. 들어가기 전부터 우동 사리가 있으면 좋겠다고 노래를 불렀던 터라, 고민하기 보다는 그냥 3인 세트에 우동 사리로 했다.
평소 낙곱새 하면 개미집 정도의 비주얼을 떠올리고 있었어서 진짜 신기했다. 얼마나 끓여서 언제쯤 사리를 넣으면 되는지는 식당 곳곳에 적혀있기도 하고, 조금 놓친다 싶으면 사장님이 바로 달려와서 조절해주신다. (우리가 그랬다.)
어느 정도 끓고나면 사리를 넣으라고 알려주시는데, 그냥 딱 보기에도 얼큰한 비주얼이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나는 평소 개미집 정도의 낙곱새를 예상했어서 이렇게 시원해 보이는 낙곱새는 처음 봤다.
반찬은 부추, 콩나물, 김치..(?) 사실 마지막 세번째는 기억이 잘 안난다. 하여튼 처음에 반찬 나오고 나면 다음부터는 셀프다. 셋 다 콩나물 킬러라 한 두 접시 정도 더 떠와서 먹었는데, 얼큰한 국물이랑 진짜 잘 어울린다. 세 명 다 짜게 느끼는 정도가 다른 편인데도 누구 하나 싱겁다거나 짜다는 말 없이 맛있게 먹어서 더 좋았다! 보통은 꾸덕하게 밥이랑 비벼먹는 맛을 기대하는데, 이건 좀더 시원한 느낌? 적당히 매콤하기도 해서 고기나 낙지도 좋았지만 계속 국물을 떠 먹었다.
사실 서울의 맛집이라는 곳 갈 때마다 묘하게 취향을 벗어나는 점이 있어서, 경상도민에게 맞지 않나 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는데 어쩌면 내가 현지인이 아니라 로컬 맛집을 찾지 못했던게 아닌가! 하는 사실을 깨닫게 된 식당. 네이버 지도에 별 표시해두고 서울 간다는 친구에게 종종 추천해줄 것 같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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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시장
대성식당 갔다가 녹두전을 꼭 먹어야지! 하고 바로 나와서 간 광장시장. '한국은 처음이지?'에서 엄청 봤던 것 같은데, 막상 직접 와보는 것은 처음인 한국인. 근데 아니나다를까 외국인이 정말 많았다. 서울에 사는 사람보다는 관광 목적으로 온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았던게, 다들 한 손에 스마트폰을 들고 사진을 찍거나 길을 찾는 모습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광장 시장에 들어서면서부터 바로 녹두 빈대떡 가게가 엄청 많이 보이는데, 그 중 가장 중심지에 있고 유명하다는 '순희네 빈대떡'으로 갔다. 평소 대구 서문시장을 자주 이용하기도 하고, 대구에도 꽤나 맛있는 녹두 빈대떡이 많기 때문에 별 기대 없이 갔다가; 예상 외로 너무 맛있어서 깜짝 놀랐다.
물론, 조금 기름지다는? 느낌이 있어서 취향이 많이 갈릴 듯 하다. 대구에서 먹은 빈대떡은 집에서 할머니께서 해주신 맛이라면 여기는 mz와 글로벌한 입맛을 저격한 맛이랄까... 겉이 완전 바삭바삭한게 김치전을 도넛 모양으로 구운 듯한 맛과 비슷하다. 근데 녹두 향이 나는.
그리고 의외의 고기완자. 빈대떡이 메인인데 웬 고기 완자? 하고 동그랑땡 정도의 맛을 기대하고 한 입 딱 먹었다가, 입 안에 사르르 퍼지는 불향에 "우왂!"하고 소리질렀다. 언니들에게 빨리 먹어보라며 이거 그냥 완자가 아니라며; 패티 같은 맛이 아니라, 울산에서 유명한 석쇠 불고기 같은 맛이 난다. 녹두 빈대떡만 먹으면 조금 아쉬웠을 것 같은데 완자가 찐이었다. 조금 포장해서 갈까 잠시 고민했지만 앞으로 4시간은 달려야 했기에 참았다.
그리고 녹두 빈대떡이 왜그렇게 맛있었는지 이유를 찾았다! 혼자서 돌아가는 맷돌.. 다들 본 적 있는지? 진짜로 맷돌 손잡이가 빠진 형태였다; 게다가 엄청 신식에 자동으로 되어있어서 이렇게라면 죄책감 없이 세 장 네 장도 시켜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이 21세기, 22세기의 미래일까.. 사실상 학부 시절에 줄창 다니던 서문시장과 별 차이 못 느꼈던 나에게 광장시장만의 신선함을 안겨주었다. (대구 서문시장과 서울 광장시장이 원래 원단 떼고 한복 만들고 의류 재료를 구하는 시장이라고 한다.)
그리고 나오는 길에 들렀던 Onion. 여기는 패스츄리 피자와 커피를 파는 가게인데, 사람들이 엄청 줄 서있기도 하고 시장 사이에 혼자 왠지 힙스터 감성을 내뿜고 있는 모습에 홀린듯이 들어갔다. 사장님도 점원도 모두 힙한데, 중간 중간 형광색 등산복과 꽃무늬 조끼를 입고 계시는 어르신과 함께 있는 모습이 더 힙하고 세련되어 보이게 하는 요소였다.
하지만 맛은 평범했다. 그냥 조각? 으로 살 수 있다는 것이 '피자'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인 듯 했다. 뭔가 onion 이라는 이름이라던가 pizza라는 네이밍에 좀더 파이홀(LA에서 자주 갔던 맛집이다.) 같은 이미지를 기대했던건 사진과 제품을 상세하게 보지 않은 내 탓.. 친언니의 말에 의하면 비싸게 주고 사먹은 엄마손파이. 얼마나 평범했냐면 내가 사진을 열심히 안 찍었다.
커피는 엄청 구수했고 좀 연한 맛이었다. 보리차 느낌? 원래 진하게 마시는 편인데도, 오히려 구수한 맛이 매력적으로 느껴져서 지하철역까지 걸어가는 중에 다 마셨다.(심지어 두 언니들은 반대쪽 시장 끝까지 가기도 전에 다 마셨다.)
이렇게 신나게 놀고, 12번 출구로 돌아가 물품보관함에서 캐리어 찾아 서울역으로 갔다. 종로3가에서 서울역까지는 엄청 가까운 편이고 평일에 가면 보관함도 이용할 수 있으니 서울 가서 애매하게 시간이 남거나 맛집을 찾기 어려울 때 가도 괜찮을듯! 다만,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관광객이 엄청 많을 예정이라 어느 정도 붐비거나 몰리는 것은 고려하고 가야한다. 그래서 더욱이 짐을 맡길 수 있는 방안은 마련하고 가야함! 차라리 숙소에 두고 나오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나는 관광 목적으로 간 것은 아니라 핵심 몇 구역만 가고 끝이었지만, 관광객이라면 좀더 많이 둘러보고 여유있게 반 나절 이상 머물러도 괜찮을 듯 하다.
다음에는 빈대떡이랑 고기 완자 포장해서 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