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영화 「더 마블스」 후기 요약
1. 쿠키 영상은 1개. But, 영화 막바지의 영상이 아마 쿠키의 연장선인 것으로 보임.(그래서 2개라고 치는 듯) 2. 시리즈를 보지 않은 마블 팬이라면 특별히 더 가볍게! 만화처럼! 봐야함 3. 미즈 마블, 완다비전을 모두 본 골수 팬이라면 이번 영화가 아주 조금 실망스러울 수 있음. 4. 캡틴 마블 정주행 하지 않아도 코난 시리즈처럼 간단히 요약해주기 때문에 볼 수 있음 ← 개인적으로 이렇게 봤을 때 제일 재밌을 듯 5. 초반 액션 좋음. 후반부에 갑자기 힘이 빠지는 편. |
⁋ 아래부터는 사담 및 스포일러 존재
*점진적 분노가 있습니다.
사실 지금 이 후기를 쓰기엔 좀 늦은 감이 있다. 개봉일은 11월 8일이었으며, 메가박스 오리지널 티켓을 얻기 위해 개봉 당일 낮에 바로 관람하러 갔기 때문에 남아있는 기억이 좀 흐리다. 그러나! 나는 자타공인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골수팬이기 때문에 후기를 작성하지 않을 수 없었다. 즉, 욕하면서도 다음 시리즈를 계속 보러 가는 그런 평범한 마블 덕후다. 그래서 이번 영화도 객관적인 시선으로 볼 수는 없다. 마블 팬이라는 편향적 시선으로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스포 없는 요약에 작성하진 않았지만, 요즘 마블이 PC(Political Correctness)에 빠져서 영화가 구려진다는 후기들이 있다. 특히, 캡틴 마블이 개봉할 당시부터 그런 의견은 계속해서 이어져 왔는데 아시안 여성이라는, 어쩌면 PC라는 이름으로 가장 혜택을 받을 법한 당사자성 입장에서 후기를 남기자면 오히려 마블은 그를 놓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애초에 마블 코믹스를 기반으로 한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코믹스에서 등장했던 캐릭터를 기반으로 영화를 만드는 것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여성 또는 퀴어, 다인종 캐릭터를 많이 기용한다고 해서 문제가 될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렇게 생겨난 캐릭터들을 '어떻게 쓰냐'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이번 영화가 그 정수를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더 마블스의 감독인 니아 다코스타는 이러한 환경에서도 나름 똑똑하고 센스있게 영화를 제작했다. 그러니까, 더 마블스라는 영화는 사실상 영화 2개에 시리즈 1개 정도로 나눠서 풀어야 할 이야기를 1시간 40분 남짓에 똘똘 뭉쳐서 관객이 이해할 수 있게 던지려니 그 얼마나 어려운 일이었을까! (sarcasm)

내 최애는 캡틴 마블이었다. 물론 시네마틱 유니버스 안에서. 캡틴 마블은 원래도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캐릭터다. 어쩔 수 없다. 기원 자체가 표절이라는 말이 많기 때문에, 마블 팬이 아니어도 이미 많은 헤이터들을 보유한 캐릭터이다. 그럼에도 나는 그를 너무 좋아했다. 마블 시리즈가 한창 잘 나가던 시절, 솔로 무비를 가지고 있는 흔하지 않은 여성 캐릭터인데다가 시대적 배경이 과거였기에 레트로한 연출, 그리고 힘쎈여자 도봉순, 강남순 시리즈마냥 강한 힘 덕분에 겁 없이 살아가는 무대뽀 단순형 캐릭터였기 때문이다. (오타쿠라 설명이 길다.) 그러나 이번 '더 마블스'에서의 캡틴 마블은 좀 달랐다. 외로움을 탄다거나, 혼자서 다 해나갈 수 없음을 깨닫고 차차 팀업을 배워가는 캐릭터였다. 좋게 말하면 성장이다. 하지만 최애를 바라보는 오타쿠의 입장에선 당혹스러웠다. 독보적으로 강한 힘을 가졌기 때문에 더 단순해질 수 있는 캐릭터였는데, 미묘하게 힘도 좀 줄어든 것 같고(그냥 내 체감이겠지만), 심플했던 액션이 화려해졌다.
화려한 액션 자체는 매력적이었다. 스위칭 액션 자체가 엄청 손에 땀을 쥐게 하면서도, 미즈 마블이나 모니카 램보의 초능력이 무엇인지 설명해줄 수 있는 세련된 연출이었다. 심지어, 영화의 극 초반에 나타난 씬이기 때문에 와 이거 뭐지? 블랙팬서, 가오갤3에 이어 또 대작이 나온건가? 하는 기대감 마저 들어버린다.

그렇게 오타쿠 마음을 들뜨게 해놓고선, 갑자기 박서준이 나타난다. 심지어 좀 잘생겼다. 케이팝 그 자체였다. 분장된 얼굴들 사이로 매끈하고 누가 봐도 왕자같은 비주얼로 나타난다. 언어 자체가 노래라는 뮤지컬 행성같은 설정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다만, 그 스케일에 조금 당황했다. 제작 비용 자체가 적었던 것인가? 그냥 섬 하나 남짓 해보이는 규모의 왕자가 어떤 연유로 캡틴 마블과 정략결혼이라는 것을? 하게? 된건지? 설명이 없었다.

심지어 이 슈트도 모두 얀 왕자가 준비해준다. 대체 왜? 어떻게? 갑자기? 이렇게? 미즈 마블과 모니카 램보의 영화 데뷔를 이렇게 마무리해도 되는 것인가? '감독이 고생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여기서 나왔다. 어쩌면 각자 솔로 무비, 또는 솔로 시리즈를 가질 정도의 캐릭터 셋을 가지고 한 영화에서 각자의 스토리를 한 번에! 심지어 셋의 관계성까지 한 방에! 풀어내려니 얼마나 머리 빠지는 경험이었을까. 실제로 영화가 끝나고 인터뷰를 여럿 찾아봤는데, 세 명의 스토리를 한 번에 풀어내느라 아주 골치 아팠다고 한다. 그럼에도 즐거운 경험이었다고.

쿠키조차 관객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 차라리 블랙 위도우를 이어 받은 옐레나가 등장했다면 좀 낫지 않았을까? 케이트 비숍과 멀티 버스의 마리아 램보. 디즈니플러스를 구독하지 않은 관객들은 그들이 누구인지조차 인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을텐데 그냥 남김없이 다 내보내버린다. 물론, 디플 장기 구독에 마블 골수팬인 나는 모두 이해했다.(제주도 감귤나무 이야기 같긴 하다.) 다만, 이런 식으로 새로운 히어로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과 이해는 모두 드라마 시리즈에 맡겨버리고 영화에서는 빰빰 하는 액션과 팀업으로만 퉁쳐버리는 진행이 이어진다면 마블을 계속 잡고 있기가 지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최애가 캡틴 마블인 사람들은 지금 가슴이 좀 아팠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심경 변화, 성격 변화 모두 받아들일 수 있다. 우리 모두 아이언맨, 토르, 그리고 헐크의 변화는 모두 받아들이지 않는가. 근데 그건 여러 시리즈와 스토리 그리고 납득되는 일련의 사건들로 인한 결과물이다. 근데 캡틴 마블은? 모르겠다. 왜 갑자기 이렇게 협조적인 사람이 된건지. 왜 갑자기 이렇게 성숙한 어른미를 뿜고 있는지. 그걸 그냥 스크럴의 기억 도구 어쩌구 하면서 한 번에 영상을 쏟아낸다고 해서 관객이 그걸 이해할 수 있을 리가 없다. 함께 더 마블스를 보자며 신나게 캡틴 마블을 정주행하고 인피니티워, 엔드게임까지 보고 온 동반 관람자는 '드라마를 보지 않았다'는 이유로 졸아버렸다.

어떻게든 졸음을 이겨내려 애썼던 친구를 깨워준 것은 구스였다. 그나마 귀여운 아기 고양이들이 와르르 쏟아지면서(정말 말 그대로 쏟아진다.) '귀여워~'라는 말을 하며 관객들을 일깨워준다. 그리고 코믹스러운 연출이 과거의 마블 시리즈를 조금이나마 회상하게 하면서 묘하게 희망적인 마무리를 하게 된다. 앞으로 이들이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귀여움만으로도 참 고마운 존재다.
심지어는 메가박스의 오리지널 티켓 조차 나를 '킹'받게 했다. 분량이 5분 정도밖에 되지 않는 얀 왕자는 왜 저렇게 떡 하니 차지하고 있는 것인지.. 차라리 저 자리는 구스가 차지했어야 하는게 아닌지..

어쩌면, 내가 실망스러웠던 이유도 너무 기대가 커서, 애정이 커서가 아닐까 싶은 생각은 있다. 최근에 개봉했던 블랙팬서2나 가오갤3가 너무 완벽했다보니 캡틴 마블 시리즈 역시 그 정도의 파이를 가져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만약 일부 마블 팬들이 언급하는 대로 PC함이 답답함의 원인이라고 한다면, 차라리 이 기회에 완벽하게 챙겨서 여성 히어로 뿐만 아니라 퀴어 히어로나 노인 히어로까지 폭 넓게라도 다뤄주면 좋겠다. 딱히 그럴 것도 아니라면, 여성 히어로 셋이나 모았음에도 남성 히어로 솔로 무비 정도의 퀄리티를 내주지 않는 것이 과연 PC함이 맞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다. 배우나 감독 탓을 하기엔 현실적인 문제가 아주 큰 상황이니, 세 명의 스토리를 한 영화에 밀어넣는 것은 케빈 파이기의 빅 픽쳐일 것이라고 믿겠다.
마블 팬들..
내힘들다. (거꾸로 읽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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