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철따라

영화 아쿠아맨과 로스트킹덤 후기

웨비연 2024. 1. 7. 15:50

 

 영화 「아쿠아맨과 로스트킹덤」 후기 요약 


1. 쿠키 영상은 1개. 개그 요소만을 다룬 것으로 굳이 보지 않아도 됨.
2. 아쿠아맨을 보지 않은 사람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간단 요약 해주기 때문에 관람 가능.
3. DC 덕들은 이미 아는 사실상 마지막 아쿠아맨 시리즈. 그러니, 처음 보는 사람에게 말해주고 싶다. "다음은 없어요"
4. 재밌다! 
5. 하지만 기대는 하지 말 것.

 

 

 

 

⁋ 아래부터는 사담 및 스포일러 존재

 

일단 나는 DC에서만큼은 뉴비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길들여져 있었기 때문에 DC는 그냥 캐릭터를 소비하는 정도로 즐기는 정도였다. 그러니까 원더우먼이래! 하면 한 번 보고, 배트맨이래! 하면 한 번 보고. 조드 장군이 누군지 이해하는 정도는 절대 아니었다. 그러다 2023년에 플래시가 개봉한다는 소식을 듣고 에즈라 밀러 사건을 제대로 알기 이전에 한 번 정주행은 해봐야 하지 않겠나 싶어 쫌쫌따리 챙겨보고 있는 찰나였다. 그리고 사건이 터졌다. 이런 저런 논란들에 대해서는 이미 발을 들인 뒤에 알게 되었다. 돌이킬 수 없으니 송별회라도 하는 마음으로 영화 플래시를 보았고, 이번엔 아쿠아맨 2 개봉한다는 소식에 뒤늦게 아쿠아맨 1을 유튜브로 대여해서 보았다. (이런 점이 dc에 입덕하기 어려운 요소 중 하나긴 하다.) 현재 이 후기를 작성하는 시점 역시 아쿠아맨2, 즉 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 개봉(2023년 12월 20일) 이후 3주차이므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에는 이미 늦었다. 하지만 이번 영화가 꽤나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dc에 대한 뉴비의 시선으로 봐도 괜찮겠다.

 

개봉 3주차라면, 보통 MCU 덕들은 2차 3차를 찍는 시점이라 상영관이 더 늘면 늘었지 줄어드는 경우는 잘 없다. 적어도 내 경험에서는 그랬다. 그런데 여러 '상황'에 얽혀있는 DC의 아쿠아맨2는 주말임에도 상영시간이 3~4타임 정도가 전부였고, 30분 전에 예매하는 상황인데도 자리가 널널해서 좋은 자리로 잡아 관람할 수 있었다. 그만큼, 지금 아쿠아맨2가 존잼인 것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MCU와 비교하고 싶지 않지만 (사실, DC팬들은 이 말도 굉장히 불편할 것이다. 마블이 원래 카피캣이었을테니까...), DC가 히어로계의 원조라는 느낌은 어쩔 수가 없다. 마블이 제아무리 세련된 액션을 연출했을지언정, 매력적인 캐릭터를 연기했을지언정, 이렇게 친절한 속편을 낼 줄 알았다면 지금 마블의 종말이니 뭐니 하는 소리는 듣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은 보러 오는 사람이 한정되어 있을 것을 알면서도, 초반 10~15분 정도를 아쿠아맨에 대한 설명으로 사용한다. 러닝타임이 길 수 밖에 없는 히어로 영화 특성 상 이건 과감한 투자다. 또한, 마치 토르와 로키의 형제 관계마냥 아서와 옴의 형제 관계를 위트있게 연출했고, 심지어 실제로 지 이복 동생을 '로키'라고 부르는 대사까지 등장한다.

 

아무튼 간단히 요약하면, 1편에서 오션 마스터가 되겠답시고 아틀란티스를 포함한 바다의 왕국 전체를 잡아먹고 육지 인간들까지 싸그리 멸망시켜버리겠다는 금쪽이에 대항하여 육지인과 바다인 사이에 태어난 아서(아쿠아맨)가 자신의 능력과 약간의 비열함과 사랑을 통해 왕위를 거머지게 된다는 스토리가 있었는데 2편에서는 감옥에 갇혀있던 금쪽이를 다시 데려와 개과천선 시키고 함께 지구 종말을 막는다. 라는 내용이다. 부가적인 요소로 기존에 해적 퇴치라는 히어로로 살아가던 아쿠아맨에 의해 아버지를 잃은 빌런이 있는데, 여기저기 떡밥만 실컷 던지고 회수하지 않은 채로 1편이 끝났다가, 이를 2편에서 열심히 회수해 그 빌런이 지구 종말을 만들려고 했다는 내용이다. 

좀 뭔가 정신없고 중구난방인 것 같지만 이게 진짜다. 그게 이 영화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정말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아서왕 이야기를 본딴 것 마냥 아서라는 캐릭터가 창(검)을 뽑아 왕이 된다는 것, 바다의 왕이지만 육지와 바다를 이어주는 캐릭터라는 것, 근데 이게 바다 전체의 왕은 아니고 바다에 있는 여러 왕국 중에 아틀란티스라는 왕국의 왕인 것, 히어로 활동까지 함께 하다보니 육지에도 적이 있다는 것 ... 종합 선물 세트 같은 영화인거다. 그래서 재밌었다. 눈이 쉴 틈이 없었고 뭔갈 기억해야 하는 것도 많았다. 오리할콘이라는 물질에 대한 언급도 있었고, 바다 육지 왔다갔다 끊임 없는 액션에 둠칫둠칫 신나게 봤다. 

 

그리고 설명했듯, 지난 1편에서는 속절없이 당하기만 하고 너무 히마리 없던 빌런이 이번에는 남의 힘을 빌리긴 했지만 아무튼 좀 대적이 될 법 한 연출이라 흥미로웠다. 왠지 이번엔 사고 하나 칠 것 같고, 누구 한 명 죽여서 아쿠아맨의 멘탈을 뒤흔들 것만 같았다. 물론 그 정도가 아니긴 했다. 아니 어쩌면 성장한 아쿠아맨이 내민 손을 거절하고 자신의 죽음을 선택함으로서 멘탈을 흔들어버렸을 지도 모르겠다. 

 

근데 그렇다. 명절에 받는 종합 선물 세트를 보면 참치도 있고 스팸도 있고 카놀라유도 있으니 뭔가 좋아 보인다. 그러나 스팸 구이를 먹자니 묘하게 양이 모자라고 참치김치찌개를 해먹자니 고추참치와 일반참치를 섞을 순 없고 카놀라유는 한 달 정도 쓰면 다 써버릴 것 같다. 아무튼 뭔가 아쉽다. 맛있기는 한데 한 입만 더 먹었음 좋겠다. 아쿠아맨 시리즈가 딱 그런 느낌이다. 

형제끼리는 서로를 의지하자는 메시지,  자신의 발전을 위해 지구 온난화를 만드는 것은 그만두자는 메시지, 과거의 나쁜 짓을 했더라도 개과천선하면 한 번은 믿어주자는 메시지, 전혀 다른 세상이더라도 우리가 서로 이해하면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메시지... 뭐가 많았다.

배우 탓을 하고 싶진 않지만, 이렇게 산만한 영화에서는 주연급 배우들이 좀더 흡인력이 필요하다. 아쿠아맨 배우인 제이슨 모모아와 사실상 주연이었으나 이제는 거의 단역으로 빠져버린 엠버 허드는 육체미 대소동마냥 눈을 즐겁게 하는 요소가 되어주긴 했지만, 캐릭터의 사상이 드러나는 대사나 감정이 드러나는 장면에서는 이는 두 배우의 논란 때문일 수도 있고, dc의 현 상황 때문일 수도 있긴 하지만  묘하게 호소력이 떨어져서 집중하고 있기가 힘들었다. 

 

옴이 햄버거 사이에 바퀴벌레를 집어 넣어 맛있게 먹는 쿠키. 황당하긴 했지만, 뭐 당연하다. 다음 시리즈가 나오지 않을 영화에서 쿠키를 넣어준 것만으로도 나름 배려가 아닌가 싶다. 하지만 그런만큼, dc 세계관에서 대단한 뭔가를 바라지 않고 오락 그 자체로 즐기는 영화라고 생각하면 평점은 높게 쳐줄 수 있다. 그래서 난 재밌었다. 큰 의미를 부여하기 보다는 적당히 킬링 타임용? 영화 쿠폰이 생긴다면 볼 만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DC 뉴비의 입장에서, 앞으로 이 세계관이 어떻게 흘러갈 예정인진 몰라도 배우 논란만 제거하고 보면 플래시는 정말 정말 재밌었다. 그래서 그냥 앞으로를 기대해보기로 했다. 어차피 마블을 따라잡긴 틀렸으니, 차라리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는 dc에게 내 마음을 주어도 좋겠다는 입장이다. 한 번 가보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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